개원한 지 얼마 안 된 원장님께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홈페이지에 비급여 진료비를 안내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원내 안내문에는 붙여 뒀는데, 홈페이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비급여는 병원마다 가격을 정하는 항목이라, 어디까지 알려야 하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게다가 한쪽에서는 가격을 공개하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할인을 내세우지 말라고 합니다. 방향이 반대처럼 들립니다.

사실 서로 다른 규칙입니다. 하나는 고지 의무이고, 하나는 광고 규제입니다. 하나씩 보면 어렵지 않습니다.

비급여 가격은 원래 알리게 되어 있습니다.

의료법 제45조는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용을 환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원내 게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원은 홈페이지에도 진료비용을 게시해야 합니다. 시행규칙 제42조의2에 담긴 내용입니다.

의원급도 예외가 아닙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홈페이지가 있으면 적용됩니다.

가격은 단일 금액으로 적는 것이 원칙입니다. ’30만 원에서 50만 원’ 같은 범위 표기보다, 항목별로 금액을 정해 적습니다. 세부 조건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면 그 특이사항을 함께 남깁니다. 가격을 바꿨다면 최종 변경일도 적어 둡니다.

심평원은 매년 병원별 비급여 가격을 조사해 공개합니다. 환자는 심평원 비급여 진료비 조회에서 병원끼리 가격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병원 가격은 이미 공개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할인’이라는 말은 조심하라고 할까요?

가격을 공개하는 건 의무인데, 그 가격을 광고로 앞세우는 순간 다른 법이 걸립니다.

의료법 제27조는 환자를 유인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비급여 진료비를 깎아 주거나 면제해 주겠다는 광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2026년 들어 규제는 더 촘촘해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실손보험이 되니 부담이 없다는 식의 광고를 문제 삼고, 처분 수위를 높이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환자를 유인한 경우 자격정지가 최대 6개월까지 늘어납니다.

실제로 적발된 표현들을 보면 감이 옵니다.

  • 이번 달 한정 50% 할인
  • 친구 데려오면 본인부담금 면제
  • 리뷰 남기면 시술비 환급

카페나 미용실에서는 흔한 문구입니다. 병원에서는 유인 행위로 봅니다. 리뷰를 대가로 무언가를 돌려주는 방식이 병원에서만 유독 막히는 이유도 같은 자리에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올리기 전, 이것만 확인하세요.

  • 홈페이지에 비급여 진료비 안내 페이지가 따로 있는가
  • 항목별 단일 금액으로 적었는가 (범위 표기나 ‘별도 문의’는 지양)
  • 가격이 바뀔 때 최종 변경일을 함께 갱신하는가
  • 할인·이벤트·환급 같은 표현이 섞여 있지 않은가
  • 실손보험 관련 문구가 환자의 오인을 부를 소지는 없는가

가격을 정확히 적는 일과, 가격으로 유혹하지 않는 일. 이 두 가지만 지키면 대부분 문제되지 않습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들.

Q. 홈페이지에 비급여 가격을 안 올리면 어떻게 되나요?
고지 의무 위반입니다. 보건소 점검 대상이 되고, 시정 요청이나 과태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가 있다면 원내 게시와 별개로 홈페이지에도 올려야 합니다.

Q. 모든 비급여 항목을 다 올려야 하나요?
병원이 실제로 운영하는 비급여 항목을 기준으로 고지합니다. 복지부가 공개 대상으로 정한 항목은 특히 빠뜨리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Q. 가격을 낮게 적으면 홍보에 도움이 되지 않나요?
고지한 가격과 실제 청구액이 다르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됩니다. 낮춰 적기보다 실제 금액을 정확히 적는 편이 뒷말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알리는 선을 찾는 일.

비급여는 감추면 고지 의무에 걸리고, 앞세우면 광고 규제에 걸립니다. 그 사이에서 정확하게 알리는 선을 잡는 일이 병원 온라인 콘텐츠의 기본기입니다.

홈페이지 문구나 광고 표현이 이 선 안에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매체별로 달라지는 의료광고 심의 기준과 함께 한 번 점검받아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