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들어오는 길, 옆 건물 카페 앞에 입간판이 새로 섰습니다. “리뷰 남겨주시면 쿠키 드려요.” 진료실로 돌아오니 실장님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원장님, 우리도 리뷰 남기시는 분께 가글 세트라도 드릴까요?

솔직히 솔깃한 제안입니다. 리뷰는 더디게 쌓이는데, 옆 카페는 입간판 하나로 별점을 잘만 모으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같은 리뷰 이벤트가 카페에서는 마케팅이 되고, 병원에서는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이벤트인데 병원만 법이 다릅니다.

카페나 미용실의 리뷰 이벤트는 표시광고법의 영역입니다. “대가를 받고 작성한 후기”라는 사실만 밝히면 이벤트 자체는 막히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는 건 소비자를 속였는지 여부거든요.

병원 앞에는 법이 한 겹 더 서 있습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하거나 알선,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금품을 주는 방식이 대표적인 유인 행위로 꼽히고요.

후기를 쓰면 기프티콘을 드린다는 약속이 바로 여기에 닿습니다. 금품을 걸고 환자를 끌어들이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환자한테 주는 선물인데도요?”

이 대목에서 많은 원장님이 되물으십니다. 새 환자를 데려오는 것도 아니고, 이미 진료받고 가신 분께 드리는 답례인데 그것도 유인인가요?

보건복지부의 해석은 더 넓습니다. 그 후기는 지워지지 않고 온라인에 남아서, 병원을 검색하는 다음 환자의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기존 환자에게 주는 보상이라도 결국 새 환자를 끌어오기 위한 경제적 유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걸리면 무겁습니다. 환자 유인 행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글 세트 한 묶음과 바꾸기에는 너무 큰 값입니다.

대가를 준 후기는 광고 규정에도 걸립니다.

제27조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의료법 제56조는 치료경험담처럼 치료 효과를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금지합니다.

환자가 스스로 남긴 후기는 광고가 아닙니다. 그런데 병원이 대가를 주고 쓰게 한 순간, 그 글은 더 이상 환자의 후기로 남지 않습니다. 병원이 만든 광고물로 성격이 바뀝니다.

단속도 이 지점을 가장 먼저 봅니다. 2024년 3월 보건복지부와 의료광고 자율심의기구가 발표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적발된 불법 의료광고 366건 가운데 자발적인 후기를 가장한 치료경험담이 183건으로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단속 1순위가 바로 이 유형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괜찮을까요?

리뷰를 부탁하는 것 자체는 막혀 있지 않습니다. 선을 가르는 건 조건입니다.

해도 되는 쪽은 이렇습니다.

  • 진료를 마친 환자분께 “도움이 되셨다면 리뷰 한 줄 부탁드립니다” 하고 말로 청하기
  • 데스크 안내문이나 알림톡으로 리뷰 링크 안내하기
  • 리뷰와 아무 상관없이, 조건 없는 내원 답례품 드리기

반대로 이런 건 형태가 무엇이든 안 됩니다.

  • 후기 작성을 조건으로 기프티콘, 할인, 포인트, 추첨권 걸기
  • 체험단을 모집하거나 원고료를 주고 블로그 후기 받기
  • 직원이나 지인에게 환자인 것처럼 후기 부탁하기

기준은 하나입니다. “리뷰를 쓰시면”이라는 조건이 붙는 순간 선을 넘습니다.

이미 이벤트를 진행해 버렸다면.

일단 멈추시면 됩니다. 데스크 안내물을 거두고, SNS나 블로그에 올린 이벤트 공지를 내리세요.

환자분들이 남긴 후기까지 찾아서 지울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병원이 보상을 약속한 게시물은 그 자체가 근거로 남으니 정리해 두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직원분들과 기준을 공유하세요. 이런 이벤트는 대부분 나쁜 마음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리뷰가 안 쌓여 애가 탄 데스크에서 좋은 뜻으로 먼저 꺼내는 경우가 더 많지요. 어디까지 되는지 병원 안에 기준이 서 있으면 같은 고민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판단이 어려운 사안이라면 관할 보건소에 미리 물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광고물을 어디에 올릴지 고민 중이시라면 의료광고 사전심의 매체 기준을 다룬 글도 함께 보셔도 좋겠습니다.

느리게 쌓인 리뷰가 더 오래갑니다.

이 고민의 출발점은 결국 “리뷰가 안 쌓인다”는 답답함일 겁니다. 그 마음으로 이벤트를 떠올리셨을 테고요.

다행인 점도 있습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순위에서 리뷰 개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무리해서 개수를 늘릴 이유부터 줄어든 셈입니다. 리뷰가 더디게 쌓이는 데에는 보통 다른 원인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리뷰가 안 쌓이는 병원에 관한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옆 카페의 입간판은 카페의 방식입니다. 병원에는 병원의 방식이 있습니다. 조건 없이 정중하게 부탁하고, 부탁할 만한 진료 경험을 만드는 것. 돌아가는 길 같지만, 처분 걱정 없이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