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원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 당사 서체가 무단으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내용증명이 병원 앞으로 오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받아 든 원장님은 대개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홈페이지는 3년 전 제작사에 맡겼고, 블로그 글은 실장님이 올렸고, 거기 들어간 사진과 글씨체가 어디서 왔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통지서가 향하는 곳은 병원입니다. 만든 사람이 아니라 그 페이지로 환자를 받는 쪽이 이용자로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이달 11일부터 숫자가 달라졌습니다.

2026년 8월 11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됐습니다. 저작재산권을 침해했을 때의 법정형이 올랐습니다.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직전까지는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습니다. 형사 절차까지 가는 일이 병원 사례에서 흔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합의금과 정품 구매로 마무리됩니다. 다만 협상 자리에 상대가 들고 오는 조문의 무게는 달라졌습니다.

민사 쪽 숫자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침해가 일어나기 전에 등록된 저작물이라면 권리자는 실제 손해를 증명하지 않고도 저작물 하나마다 1천만원 이하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25조의2). 영리 목적의 고의로 인정되면 상한이 5천만원으로 올라갑니다. 셈의 단위가 「사건」이 아니라 「저작물 하나」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폰트 한 벌, 사진 한 장이 각각 하나입니다.

양복 차림의 두 사람이 법정 책상 위로 서류 뭉치를 주고받는 장면
형사 절차보다 먼저 오는 건 대개 합의 요구입니다. 조문의 숫자가 그 협상 폭을 만듭니다.

가장 자주 걸리는 건 폰트입니다.

사진보다 폰트가 먼저입니다. 사진은 어디서 받았는지 대충이라도 기억이 나는데, 폰트는 디자이너 컴퓨터에 이미 깔려 있던 것을 그대로 쓴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폰트에는 헷갈리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글자 모양 자체와 폰트 파일이 다르게 다뤄집니다. 글자 디자인은 저작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 법원의 오랜 판단입니다. 반면 그 글자를 화면에 그려 내는 폰트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으로 보호됩니다.

「이미지로 저장해서 올렸으니 괜찮다」는 말이 반만 맞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결과물인 이미지보다 그 이미지를 만들 때 라이선스 없는 폰트 파일을 설치해 쓴 행위가 문제 됩니다.

무료로 풀린 폰트도 조건을 봐야 합니다. 「개인 사용 무료」와 「상업적 이용 무료」는 다른 말입니다. 상업적 이용이 열려 있어도 웹폰트로 서버에 올리는 임베딩은 따로 막아 둔 곳이 있습니다. 병원 홈페이지는 영리 목적입니다. 저작권법 제30조가 말하는 사적 이용 범위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나오는 답변입니다. 이 문장에는 확인할 칸이 세 개 있습니다.

먼저 그 사이트가 배포 권한을 가진 곳인지입니다. 검색으로 나온 「무료 이미지 모음」 블로그는 배포자가 아니라 옮겨 온 곳일 때가 많습니다. 원본이 어디서 왔는지는 그 블로그도 모릅니다.

다음은 라이선스 종류입니다. 출처만 밝히면 되는 조건이 있고, 상업적 이용이나 변형을 막아 둔 조건이 있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운영하는 공유마당처럼 조건을 항목으로 표시해 주는 곳이면 확인이 수월합니다.

남는 하나는 사람입니다. 사진 속 인물의 초상권은 저작권과 별개로 남습니다. 모델 계약이 확인되지 않은 인물 사진을 진료 안내 페이지에 올리는 건 위험을 하나 더 얹는 일입니다.

지도와 캡처 화면

오시는 길 페이지에 지도를 캡처해 붙인 병원이 많습니다. 지도 서비스마다 제공 방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대부분 퍼가기 코드나 API를 무료로 열어 두고, 화면을 캡처해 이미지로 쓰는 것은 따로 다룹니다. 어차피 퍼가기 코드가 길찾기까지 연결돼 환자 쪽에도 편합니다.

남의 글을 옮겨 오는 경우도 같습니다. 질환 설명을 학회나 기관 자료에서 그대로 가져오면서 출처만 적어 두는 방식이 자주 보입니다. 출처 표기는 인용의 조건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인용으로 인정되려면 내 글이 주가 되고 가져온 부분이 종이어야 합니다. 페이지의 대부분이 남의 문장이면 출처를 적어도 인용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마음을 놓아도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료실을 찍었는데 벽에 걸린 그림이 함께 담긴 것처럼, 촬영의 주된 대상에 부수적으로 들어간 저작물은 따로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됩니다(제35조의3).

계약서에 한 줄이 있는지

제작사에 맡긴 홈페이지라면 계약서를 꺼내 보시는 게 빠릅니다. 확인할 문장은 둘입니다.

하나는 납품물에 쓰인 폰트와 이미지의 라이선스를 누가 확보했는가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라이선스가 어디까지 유효한가입니다. 스톡 이미지는 사용 기간이나 게시 범위가 정해진 상품이 섞여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쓸 권리는 샀는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는 안 되는 조건이 대표적입니다.

이 조항이 없으면 제작 단계에서 무엇을 샀는지 병원 쪽에는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견적서 항목만 봐도 제작비가 어디서 갈리는지 짐작이 되는데, 라이선스 비용은 그 안에 들어 있기도 하고 빠져 있기도 합니다.

노트북 자판 위에 펼쳐 놓은 줄노트와 연필
한 번 적어 두면 담당자가 바뀌어도 같은 자리를 다시 뒤지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올라간 것부터 세어 봅니다.

지금 손댈 일은 크지 않습니다. 순서만 정하면 됩니다.

홈페이지에서 폰트를 먼저 확인합니다. 제작사에 「어떤 폰트를 쓰고 있는지」 한 줄로 물으면 답이 옵니다. 그다음 메인과 진료 안내 페이지의 사진을 한 장씩 출처와 함께 표에 적습니다.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사진이 곧 정리 대상입니다.

블로그는 글 수가 많아 한 번에 어렵습니다. 조회수가 높은 글부터 봅니다. 사람이 많이 보는 페이지가 권리자 눈에도 먼저 띕니다.

이렇게 만든 목록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남습니다. 상담 신청 폼의 동의 항목을 정리할 때와 같은 성격의 일입니다. 한 번 훑어 두면 그다음부터는 새로 올리는 것만 확인하면 됩니다.

내용증명을 받은 뒤에 시작하면 목록을 만들 시간부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