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율이 어느 정도 되시냐고 여쭤보면 답이 크게 갈립니다. 60%가 넘는다는 곳이 있고 30%대라는 곳이 있습니다. 규모도 진료과목도 비슷한 두 의원에서 이런 차이가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계산식을 맞춰 보면 원인은 대개 하나입니다. 한쪽은 한 달 안에 다시 온 환자만 재진으로 셌고, 다른 쪽은 1년 안에 한 번이라도 다시 온 환자를 전부 재진으로 셌습니다. 같은 환자 명단을 놓고도 기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청구서에는 이미 기간이 박혀 있습니다.

초진과 재진을 가르는 기간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진찰료를 어느 쪽으로 청구하느냐가 걸린 문제라서 그렇습니다.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의 기본진료료 산정지침이 그 선을 그어 둔 곳입니다. 해당 상병으로 그 의료기관, 그 진료과목 의사에게 진료받은 적이 없으면 초진입니다. 치료가 끝난 뒤 같은 상병이 재발해 다시 오면 초진으로 보되, 종결 후 30일 안에 왔다면 재진으로 봅니다.

치료가 종결된 뒤 같은 상병이 재발해 내원하면 초진으로 보되, 종결 후 30일 이내에 내원한 경우에는 재진으로 본다. 완치 여부가 분명하지 않아 종결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90일 이내 내원을 재진으로 본다.

기본진료료 산정지침 요지 · 국가법령정보센터

여기서 30일과 90일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 기준이 답하는 질문은 진찰료를 얼마로 매기느냐입니다. 환자가 우리 병원을 계속 찾는지는 다른 질문입니다. 청구 프로그램이 뱉어 주는 재진 건수를 그대로 재진율이라 부르면, 운영을 보려던 자리에 청구용 숫자가 들어앉습니다.

같은 장부에서 네 개의 재진율이 나옵니다

한 달에 초진 100명이 새로 오는 의원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100명을 6개월 뒤에 다시 들여다보면서 기간만 바꿔 세어 보면 이렇게 됩니다.

세는 기간 다시 온 환자 재진율
첫 방문 후 30일 이내 38명 38%
90일 이내 52명 52%
180일 이내 61명 61%
12개월 이내 70명 70%
같은 환자 100명을 기간만 바꿔 센 가상의 예시입니다.

네 숫자 중 틀린 것은 없습니다. 답하는 질문이 저마다 다를 뿐입니다. 30일은 치료가 끝까지 이어졌는지를 봅니다. 12개월은 이 동네에서 환자가 우리를 계속 고르는지를 봅니다. 두 질문 중 어느 쪽이 궁금한지부터 정해지지 않으면, 매달 숫자가 오르내려도 좋아진 건지 기준이 흔들린 건지 가리기 어렵습니다.

기간을 정하는 건 진료과목입니다.

환자가 다시 올 만한 주기가 과목마다 다릅니다. 기준을 하나로 통일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입니다.

진료실 책상에서 의료진이 클립보드를 들고 환자와 이야기하는 모습
다시 올 주기는 진료실에서 정해집니다. 기준 기간도 거기에 맞춥니다.

내과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의 처방 주기가 대개 1개월에서 3개월입니다. 30일로 끊으면 관리가 잘되는 환자가 이탈로 잡힙니다. 90일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치과는 두 종류의 환자가 한 장부에 섞여 있습니다. 보철이나 임플란트처럼 몇 주 간격으로 계속 내원하는 환자와, 스케일링·검진으로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오는 환자입니다. 이 둘을 한 숫자로 합치면 치료 중인 환자 비중이 높은 달에 재진율이 저절로 올라갑니다.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은 30일 기준으로도 숫자가 높게 나옵니다. 한 번의 통증 에피소드 안에서 여러 차례 내원하는 구조라서 그렇습니다. 숫자가 높다고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그 치료가 끝난 뒤 6개월 안에 다시 찾아오는 비율을 따로 보면 실제에 가깝습니다.

비급여 비중이 큰 곳은 기간과 매출 기여를 같이 봅니다. 12개월 기준이 무난합니다.

숫자가 내려갈 때 광고부터 만지지 않습니다

재진율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으면 신환을 더 넣는 쪽으로 손이 갑니다. 광고비를 올리면 초진 수가 늘고 총 환자 수도 늘어 보이니까요. 그런데 다시 오지 않는 구조가 그대로면 다음 달에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회의실 모니터의 현황분석 차트를 짚으며 숫자를 설명하는 장면
떨어진 숫자를 보고 광고비부터 손대면 다음 달에 같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재진율은 광고보다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더 붙어 있습니다. 다음 예약을 잡고 나가는지, 정해 둔 주기에 안내가 나가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전화를 받는 톤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환자가 다시 오는 이유는 진료실 밖에 더 많고, 데스크 응대가 광고비보다 먼저 손댈 자리인 경우도 있습니다.

안내 문자를 돌릴 계획이라면 문구를 정하기 전에 광고 표기 의무가 붙는 범위부터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검진 안내처럼 보이는 문자도 내용에 따라 광고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기준을 바꾸면 지난 숫자도 다시 세야 합니다.

기간 기준은 무엇으로 정하든 괜찮습니다. 다만 한 번 정했으면 어딘가에 적어 두시길 권합니다. 「첫 방문일로부터 90일 이내 재방문」처럼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기준을 바꿀 일이 생기면 그때는 지난 달치도 같은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야 비교가 됩니다. 이 과정을 건너뛴 채 기준만 슬쩍 넓히면 재진율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달라진 건 세는 방식뿐입니다. 대행사나 제작사 보고서에 재진율이 적혀 있는데 기간이 안 적혀 있다면, 그 숫자는 아직 비교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