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만든 지 4년 됐는데, 새로 하는 게 나을까요.”
리뉴얼 문의는 대개 이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연차만 듣고 답을 드린 적은 없습니다. 4년이 지났어도 손볼 곳만 몇 군데인 홈페이지가 있고, 작년에 만들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홈페이지도 있어서요.
나이는 생각보다 힌트를 주지 않습니다.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는지를 봐야 갈립니다. 세 군데만 열어 보면 대체로 판단이 섭니다. 속도, 휴대폰 화면, 그리고 메뉴 구조입니다.
느린 홈페이지는 대부분 고쳐 쓸 수 있습니다.
가장 자주 듣는 불만이 “우리 홈페이지가 너무 느리다”입니다. 그리고 이건 새로 만들 이유가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느린 이유는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사진을 촬영 원본 그대로 올렸거나, 예전에 깔아 놓고 안 쓰는 플러그인이 열 개쯤 남아 있거나, 호스팅이 방문자를 못 받치고 있거나.
셋 다 홈페이지를 다시 만들지 않고 정리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 이미지 용량을 줄이고 플러그인을 걷어내는 것만으로 로딩 시간이 절반 아래로 내려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며칠 작업이면 끝납니다.
속도를 굳이 챙기는 이유는 숫자로 나와 있습니다. 구글은 모바일 페이지 로딩이 1초에서 10초로 늘어날 때 방문자가 그냥 나가 버릴 확률이 123% 올라간다고 밝혔습니다(Think with Google). 권장 기준선은 화면에서 가장 큰 콘텐츠가 2.5초 안에 뜨는 것입니다(web.dev).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온 환자는 대부분 검색 결과에서 한 번 눌러 본 사람입니다. 뒤로 가기를 누르면 바로 아래에 옆 병원이 있습니다.
휴대폰에서 화면이 옆으로 밀린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휴대폰으로 열었을 때 화면이 가로로 밀리거나, 글자를 읽으려고 두 손가락으로 확대해야 한다면 이건 손보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반응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홈페이지는 뼈대 자체가 PC 화면 크기를 전제로 짜여 있습니다. 여기에 모바일 대응을 덧대면 코드가 계속 늘어납니다. 고칠 때마다 PC에서 한 번, 휴대폰에서 한 번 확인해야 하고, 한쪽을 고치면 다른 쪽이 틀어집니다. 유지비가 새로 만드는 비용을 넘어서는 지점이 결국 옵니다.
확인은 간단합니다. 원장님 휴대폰으로 병원 이름을 검색해서 홈페이지를 눌러 보시면 됩니다. 이 점검을 어떻게 하는지는 휴대폰으로 홈페이지 점검하는 방법에 따로 써 두었습니다.
진료과목은 늘었는데 메뉴가 그대로라면.
개원할 때 진료 항목이 셋이었는데 지금은 여섯인 병원이 많습니다. 이때 메뉴가 어떻게 돼 있는지 보세요.
새로 시작한 진료가 기존 메뉴 안쪽에 하위 항목으로 끼워 넣어져 있거나, 게시판 글 하나로만 안내되고 있다면 곤란합니다. 환자가 그 진료를 찾아 검색해서 들어와도 닿을 페이지가 없는 상태거든요.
메뉴 하나 추가하는 건 손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메뉴를 어디에 넣어도 어색하다면, 그건 홈페이지가 지금의 병원을 담기에 작아졌다는 신호입니다. 진료 구성이 바뀌었는데 정보 구조는 개원 당시에 멈춰 있는 셈입니다.
이 경우는 디자인이 멀쩡해 보여도 다시 짜는 쪽이 낫습니다. 환자가 홈페이지에 들어와서도 원하는 정보를 못 찾고 나가는 문제는 여기에서 더 다뤘습니다.

두 갈래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증상 | 판단 |
|---|---|
| 사진이 무겁고 로딩이 느림 | 손보기 — 이미지 최적화 |
| 안 쓰는 플러그인이 쌓여 있음 | 손보기 — 정리 후 재점검 |
| 원장 인사말·의료진 소개가 옛날 내용 | 손보기 — 콘텐츠 교체 |
| 진료 항목 하나 추가하면 되는 상황 | 손보기 — 페이지 추가 |
| 휴대폰에서 화면이 밀리고 확대해야 읽힘 | 새로 만들기 — 반응형 부재 |
| 메뉴를 어디에 넣어도 자리가 안 나옴 | 새로 만들기 — 정보 구조 한계 |
| 병원 이름이나 진료 방향이 바뀜 | 새로 만들기 — 브랜드 기준 변경 |
| 수정을 맡길 곳이 없어 몇 년째 방치 | 새로 만들기 — 관리 체계 부재 |
위쪽 네 줄만 해당된다면 견적을 새로 받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래쪽이 하나라도 걸리면 손보는 비용이 아깝게 쓰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느 쪽이든 비용 감이 필요하시면 제작 비용 차이를 정리한 글이 도움이 될 겁니다.
새로 만들더라도 주소는 그대로 가져가세요.
리뉴얼에서 제일 많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몇 년 동안 쌓인 홈페이지 주소에는 검색엔진이 매긴 점수가 붙어 있습니다. 도메인을 바꾸거나, 도메인은 두고 각 페이지 주소만 전부 새로 만들면 그 점수가 초기화됩니다. 리뉴얼 직후 검색 유입이 뚝 떨어지는 병원들이 대개 이 경우입니다.
기존 주소를 새 주소로 넘겨주는 처리를 301 리다이렉트라고 합니다. 페이지 하나하나 짝을 지어 연결해 두면 쌓아 둔 점수가 그대로 따라옵니다. 업체와 계약하실 때 이 항목이 견적에 들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빠져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블로그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년치 글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건 가장 비싼 선택입니다.
고칠지 새로 만들지는 결국 이 질문 하나로 좁혀집니다.
“지금 홈페이지 위에, 앞으로 하고 싶은 걸 얹을 수 있나요?”
내년에 진료 항목을 하나 더 열 계획이고, 온라인 예약을 붙일 생각이고, 블로그를 본격적으로 쓰려고 하신다면 지금 홈페이지가 그걸 받아 줄 수 있는지 보시면 됩니다. 받아 준다면 손보는 걸로 충분합니다.
계획을 말했을 때 “그건 지금 구조로는 어렵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면, 그때가 새로 만들 때입니다.
판단이 서지 않으실 때는 홈페이지 주소만 알려 주셔도 됩니다. 어느 쪽인지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