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30분 예약 자리가 비었습니다. 10시 환자는 아직 오지 않았고, 데스크는 다음 차트를 미리 꺼내 둡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갑니다.

이런 날은 손해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환자가 안 왔을 뿐, 나간 돈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예약 부도는 이미 지출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비어 있는 30분에도 병원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계산은 어렵지 않습니다. 한 달 고정비를 한 달 진료 시간으로 나눠 보시면 됩니다.

임대료, 직원 급여, 장비 리스료, 관리비를 합쳐 월 2,000만 원이라고 해보겠습니다. 주 44시간 진료라면 한 달 진료 시간은 176시간입니다. 시간당 약 11만 원이 나갑니다. 30분짜리 예약 하나가 비면 5만 7천 원 정도가 그냥 지나갑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얹어야 합니다. 그 환자를 데려오는 데 쓴 돈입니다. 월 광고비 300만 원으로 신환 40명이 들어왔다면 한 명당 7만 5천 원입니다. 초진 예약이 세 건 부도 나면 22만 5천 원어치의 광고가 진료실 문 앞에서 멈춘 셈입니다.

고정비와 유치 비용을 함께 놓고 보면, 초진 노쇼 한 건은 십만 원을 훌쩍 넘깁니다. 한 달에 열 건이면 백만 원대입니다. 광고를 하나 늘릴지 말지 고민하던 금액과 비슷해집니다.

국립대병원 열 곳의 부도율은 1.2%에서 14.1%까지 벌어집니다.

공개된 숫자가 하나 있습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0개 국립대병원의 당일 예약 부도 현황인데요. 예약 환자 1,361만여 명 가운데 96만여 명이 오지 않았습니다. 전체 부도율은 7.1%였습니다.

병원별로는 강원대병원이 14.1%로 가장 높았고, 경상국립대병원이 1.2%로 가장 낮았습니다. 같은 국립대병원 사이에서 열 배 넘는 차이가 났습니다.
병원신문, 「국립대병원, 노쇼 현상 여전…1년 반 동안 96만명」 (2023.12.11)

이 대목이 중요합니다. 진료 과목도, 예약 방식도, 환자층도 비슷한 기관들입니다. 그런데도 열 배가 벌어졌습니다. 환자 성향 탓이라면 이렇게까지 차이 나기 어렵습니다.

바꿔 말하면, 상당 부분은 병원이 만들어 낸 숫자라는 뜻입니다. 줄일 수 있는 구간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예약 부도가 난 시간대를 표시한 화면
어느 자리가 비는지는 2주만 적어 보면 드러납니다.

먼저 어느 자리가 비는지 2주만 적어 보세요.

부도율을 낮추자고 마음먹으면 보통 문자 발송부터 늘립니다. 순서를 하나 앞으로 당기면 좋겠습니다. 어디가 새는지 모른 채 막으면 엉뚱한 곳에 힘이 들어갑니다.

2주치 예약 대장에 다섯 가지만 함께 적어 두시면 됩니다.

  • 요일과 시간대
  • 예약 경로 (전화, 네이버, 카카오톡, 워크인)
  • 초진인지 재진인지
  • 예약을 잡은 날부터 내원일까지 며칠이 떴는지
  • 오지 않았다면 사전 연락이 있었는지

이 표가 채워지면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월요일 첫 타임과 점심 직후가 유독 비는 병원이 있고, 전화 예약은 멀쩡한데 온라인 자동 예약만 새는 병원이 있습니다. 예약일과 내원일 사이가 2주를 넘어가면 부도가 늘어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방식은 신환이 어디서 왔는지 일주일만 적어 보시라고 말씀드렸던 방법과 같습니다. 대장 옆에 칸 몇 개를 더 그리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확인 문자는 타이밍과 문구가 반씩 일합니다.

보내는 시점부터 정해 보겠습니다. 예약을 잡은 직후에 한 번, 방문 전날 오후에 한 번이 기본입니다. 2주 이상 남은 예약이라면 중간에 한 번 더 넣어 주시는 편이 좋습니다.

문구도 손볼 여지가 큽니다. 흔히 이렇게 나갑니다.

“○○의원입니다. 7월 23일 10시 예약 안내드립니다.”

정보는 다 들어 있지만, 환자가 할 일이 없습니다. 읽고 넘기면 끝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넣어 보시면 반응이 달라집니다.

  • 회신을 부탁하는 한 문장. “그대로 오실 수 있으면 1, 어려우시면 2로 답장 주세요.” 손가락을 한 번 움직이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답을 남긴 예약은 약속이 됩니다.
  • 그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안내. “미리 알려주시면 기다리시는 다른 분께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취소를 미안한 일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일로 바꿔 주는 문장입니다.

소요 시간과 준비 사항을 덧붙이면 더 좋습니다. “진료는 20분 정도 걸리고, 드시는 약이 있으면 봉투째 가져오시면 됩니다.” 이 정도만 들어가도 환자 머릿속에서 그날 일정이 구체적으로 잡힙니다.

취소하기 편한 병원이 결국 덜 빕니다.

오지 않은 환자 대부분은 병원을 무시한 게 아닙니다. 취소 전화를 못 걸었을 뿐입니다.

이유는 셋 중 하나입니다. 미안해서, 통화가 안 될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셋 다 병원이 낮춰 줄 수 있는 문턱입니다.

문자 회신만으로 취소가 되게 열어 두시고, 카카오톡 채널이 있다면 거기서도 받으시면 됩니다. 취소 연락이 왔을 때 데스크가 어떻게 답하는지도 정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한마디로 끝나면 환자는 다시 예약을 잡기 어색해집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화요일 오전은 어떠세요?” 여기까지 이어지면 취소가 재예약으로 넘어갑니다.

말투를 통일해 두는 일이 생각보다 크게 작동한다는 건 광고비보다 데스크 응대에 먼저 손을 대야 할 때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빈자리를 채울 명단도 함께 만들어 두시면 좋습니다. “자리 나면 연락드릴까요?”라고 물었을 때 그러라고 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취소 연락을 받은 날 그 명단으로 전화 두어 통이면 30분이 되살아납니다.

위약금은 마지막에 꺼내는 카드입니다.

노쇼 이야기가 나오면 예약금부터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가 비급여 시술에서는 이미 쓰이는 방식이기도 하고요.

다만 의원급 일반 진료에 그대로 옮기기에는 걸리는 게 많습니다. 결제와 환불 처리가 늘고, 환자 반발이 생기고, 진료 접근성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예약금을 받으신다면 금액과 환불 기준을 예약 시점에 명확히 안내하고 동의를 받아 두시는 절차가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순서로 보면 위약금은 뒤쪽입니다. 기록으로 새는 자리를 찾고, 확인 문자 문구를 고치고, 취소 창구를 열고, 대기 명단을 만드는 것까지 먼저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병원은 이 네 단계에서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새는 자리를 막는 일도 마케팅에 들어갑니다.

신환을 한 명 더 데려오는 데는 광고비가 듭니다. 예약한 환자를 오게 하는 데는 문자 문구를 고치는 시간이 듭니다. 앞의 것만 붙잡고 있으면 뒤로 새는 만큼 계속 부어야 합니다.

이번 달 예약 대장을 펴서 부도 건수를 세어 보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전체 예약으로 나누면 우리 병원 부도율이 나옵니다. 그 숫자에 아까 계산한 한 건당 비용을 곱해 보세요.

액수가 생각보다 크다면, 다음 달 광고 예산을 늘리기 전에 손댈 곳이 하나 생긴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