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자리를 알아보실 때 원장님 손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도면과 임대료표입니다. 평수, 보증금, 월세, 권리금. 숫자로 정리된 자료는 비교하기 편합니다.
그런데 막상 개원하고 6개월쯤 지나면, 그 숫자들이 신환 수와 잘 맞지 않는다는 걸 느끼시는 원장님이 많습니다. 자리는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데, 정작 우리 병원을 보고 들어오는 사람은 적습니다.
답사할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도면 밖에서 확인할 것들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임대료표 위에서는 동선이 안 보입니다.
같은 건물, 같은 층이라도 환자가 실제로 걸어 들어오는 경로는 호실마다 다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왼쪽으로 꺾어야 보이는 자리와, 문이 열리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자리는 신환 유입이 다릅니다.
지하철역에서 병원까지 한번 직접 걸어보세요. 몇 번 출구로 나와서, 어느 횡단보도를 건너고, 어느 쪽으로 꺾는지를 몸으로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환자도 똑같은 길을 걷습니다.
평일 오후 3시와 토요일 오전 11시, 두 번 가보세요.
한 번만 가보면 그 시간대의 풍경만 보입니다. 점심시간에 붐비던 거리가 저녁엔 텅 비기도 하고, 평일엔 한산하다가 주말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는 상권도 있습니다.
진료과목에 따라 봐야 할 시간이 다릅니다.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라면 등하원 시간대 유동인구를, 정형외과나 한의원이라면 직장인 퇴근 동선을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유동인구를 감으로만 보기 어렵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시스템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업종별·시간대별 유동인구 데이터를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간판이 걸릴 자리부터 올려다보세요.
개원 준비에서 간판은 보통 인테리어 막바지에 정합니다. 그런데 자리를 보는 단계에서 먼저 확인하면 좋습니다.
건물 외벽에 우리 병원 간판이 걸릴 공간이 있는지, 그 간판이 도로에서 몇 초 동안 읽히는지, 가로수나 옆 건물 돌출 간판에 가리지는 않는지를 봅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우리 병원 이름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건물에 따라 간판 규격이나 위치를 관리사무소가 제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약 전에 확인하시면 개원 후에 곤란해지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주변에 누가 사는지가 진료의 결을 바꿉니다.
같은 정형외과라도 신축 아파트 단지 앞과 오래된 주택가, 오피스 밀집 지역에서 찾아오는 환자의 연령과 증상이 다릅니다. 자리가 정해지면 그 동네 사람들에게 맞춰 진료와 메시지를 다듬게 됩니다.
이건 개원 후 브랜딩과도 이어집니다. 동네 사람들이 우리 병원을 어떤 곳으로 기억할지는 입지에서 이미 절반쯤 정해집니다. 이 부분은 동네 의원에도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에서 더 풀어 두었습니다.
답사 갈 때 챙기면 좋은 것들.
자리를 보러 가실 때 아래 항목을 메모지에 적어 가시면 빠뜨리지 않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지하철역·버스정류장에서 병원까지 도보로 몇 분, 몇 번 꺾는지
- 같은 건물에 이미 있는 병의원과 진료과목이 겹치는지
- 주차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몇 대까지 되는지
- 간판이 걸릴 외벽 공간과 도로에서의 가시성
- 1층 출입구에서 우리 병원 층까지의 안내 동선
- 평일과 주말, 시간대별 유동인구의 차이
- 주변 상권의 주 연령층과 생활 패턴
자주 묻는 질문
Q. 1층이 아니면 신환 유입이 많이 떨어지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1층은 가시성이 좋지만 임대료 부담이 큽니다. 엘리베이터 동선이 깔끔하고 건물 외부에 간판을 잘 걸 수 있다면, 2층 이상에서도 충분히 자리를 잡는 병원이 많습니다. 가시성을 간판과 온라인 정보로 보완할 수 있는지를 함께 보시는 게 좋습니다.
Q. 권리금이 비싼 자리가 결국 좋은 자리인가요?
권리금은 앞선 업종의 영업 성과가 반영된 금액이라, 우리 진료과목과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식당이 잘되던 자리가 병원에도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권리금보다 우리 환자가 실제로 걸어 들어올 동선인지를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Q. 상권 데이터만 보고 결정해도 될까요?
데이터는 출발점이고, 직접 걸어본 감각과 함께 봐야 합니다. 숫자상 유동인구가 많아도 그 사람들이 우리 병원 앞을 지나지 않으면 의미가 적습니다. 자료와 현장 답사를 같이 두고 판단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자리는 마케팅의 출발선입니다.
좋은 자리를 고르면 개원 후 마케팅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반대로 동선이 어긋난 자리는 광고비로 메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입지 답사는 개원 준비의 첫 단추이자, 마케팅의 출발선이기도 합니다.
마케팅을 언제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하시다면 마케팅은 개원일에 시작하는 게 아닙니다도 함께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개원 자리를 두고 고민 중이시거나, 정해진 입지에 맞는 브랜딩과 마케팅 방향이 궁금하시다면 플랜씨스튜디오에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자리의 특성에 맞는 시작점을 함께 찾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