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이면 개원가 건물마다 ‘방학 이벤트’ 현수막이 붙습니다. 옆 건물 피부과가 반값 이벤트를 걸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우리도 해야 하나 싶다가도, 할인 이벤트로 처벌받았다는 어느 병원 이야기가 떠올라 손이 멈춥니다.
양쪽 다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할인 이벤트로 무죄를 받은 병원도, 벌금을 문 병원도 판결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두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선이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급여 진료는 시작부터 대상이 아닙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를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행위로 못 박아 두었습니다. 감기 진료비를 깎아 주는 것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시술의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것도 여기에 걸립니다.
폭이 크든 작든, 기간이 하루든 한 달이든 관계없습니다. 급여 항목은 할인이라는 행위 자체가 금지돼 있습니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이고, 의료인은 자격정지 처분까지 따라옵니다.
그래서 이벤트를 설계할 때 첫 질문은 할인율이 될 수 없습니다. 이 항목이 급여인지 비급여인지부터 갈라야 합니다.
비급여는 왜 할인이 가능할까?
법원은 비급여 진료비를 저 조항이 말하는 본인부담금으로 보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도 2019년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비급여 가격은 병원이 정하는 값이니, 그 값을 낮추는 것만으로 죄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무제한으로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판례가 반복해서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의료시장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해치는 정도라면 비급여라도 환자 유인행위가 될 수 있다는 단서입니다. 문제는 그 정도가 어디부터인지인데, 이걸 보여 주는 판결 두 건이 있습니다.
같은 여드름 시술인데 판결이 갈렸습니다.
첫 번째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여드름 약물 스케일링을 반값에 해 주겠다고 광고한 의원입니다. 대법원은 2008년 이 이벤트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2007도10542). 기간을 정해 두었고, 대상 시술이 하나로 좁혀져 있었고,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청소년으로 대상을 한정했다는 점이 근거였습니다.
두 번째는 여드름 무료 치료 체험단을 모집한 의원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이쪽을 위법으로 보았습니다(2008구합32829). 무료는 금품을 주는 것과 다름없는 강한 유인인 데다, 대상을 거르는 기준 없이 모집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같은 진료 부위, 같은 이벤트 형식인데 50% 할인은 통과했고 100% 할인은 걸렸습니다. 숫자 차이로 읽으면 절반만 맞습니다.
법원이 들여다본 것은 설계였습니다.
두 판결을 포개 보면 심사 항목이 드러납니다. 기간이 정해져 있는가. 대상 시술과 대상자가 합리적으로 좁혀져 있는가. 혜택이 금품에 가까울 만큼 강한가. 할인율은 이 항목들 다음에 오는 변수일 뿐입니다.
보건복지부 유권해석도 같은 자리에 서 있습니다. 환자 유인인지 아닌지는 의료시장 질서를 왜곡하는지로 판단한다는 기준입니다. 방학 시즌마다 보건당국이 수험생을 겨냥한 과도한 할인·덤핑 광고를 단속 대상으로 예고하는 것도 이 연장선입니다.

배너를 주문하기 전에 확인할 것들
실무로 내리면 몇 줄이 됩니다. 할인 항목이 비급여인지 다시 확인합니다. 기간을 명시합니다. 대상을 병원이 설명할 수 있는 기준으로 좁힙니다. ‘무료’, ‘전원 증정’ 같은 문구는 할인과 다른 무게로 심사받는다는 걸 기억해 둡니다. 할인 전 가격을 함께 적으면 과장 시비도 줄어듭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환자 유인 문제이고, 광고를 어디에 싣느냐에 따라 의료광고 심의라는 별도의 관문이 남습니다. 심의는 매체 기준으로 대상이 갈리는데, 그 구분은 의료광고 심의 대상과 절차에 적어 두었습니다.
할인 이벤트를 막는 규정은 없습니다. 설계 없는 이벤트를 막는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현수막 문구를 정하는 단계에서 이 항목들을 한 번 거르면, 뒤에서 치르는 비용이 훨씬 적습니다.